팀장 발령을 받던 날, 솔직히 좀 들떴다. 인정받은 것 같았으니까. 그런데 그 기분은 일주일도 못 갔다. 막상 자리에 앉아 보니 그동안 내가 잘하던 일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더라. “실무 잘하면 관리도 어찌어찌 되겠지” 했던 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이었는지, 첫 달에 바로 깨졌다. 신임 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첫해에 휘청인다는 말, 그땐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정확히 내 얘기였다.
실무 근육과 리더십 근육은 완전히 다르다
왜 이렇게 힘들까 한참 곱씹어봤다.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. 실무는 ‘내가 잘하면’ 되는 일이고, 리더십은 ‘남이 잘하게 만드는’ 일이라서다. 이 둘은 쓰는 근육이 아예 다르다. 그동안 나를 인정받게 해준 바로 그 능력, ‘내가 직접 빠르게 해치우는 힘’이 팀장이 되는 순간 오히려 발목을 잡더라. 보고서가 살짝 어설프면 내가 고쳐버리고, 일이 늦으면 슬쩍 가져와 끝냈다. 그러니 나는 매일 야근인데 팀원은 늘 제자리였다. 한참 뒤에야 알았다. 내가 ‘도와준다’고 한 행동이 사실은 팀원이 클 기회를 뺏는 거였다는 걸.
준비는 ‘자리에 앉기 전’에 시작된다
가장 크게 후회하는 건, 리더십을 발령 난 뒤에야 배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. 돌아보면 직책이 없어도 연습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다. 후배가 막혔을 때 답을 던져주는 대신 “넌 어떻게 풀어볼 생각이야?”라고 질문 하나만 바꿔 묻는 것, 회의에서 내 의견만 쏟아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의 말을 한 번 끌어내 주는 것, 내 일만 보지 않고 ‘이게 팀 전체 목표에 어떻게 연결되지?’를 한 칸 위에서 보려고 해보는 것. 이런 건 전부 팀장 명함이 나와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. 미리 해본 사람과 발령 나고 처음 해보는 사람은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다.
제일 안 됐던 건 ‘위임’
나한테 끝까지 제일 안 됐던 게 위임이었다. 처음엔 “설명할 시간에 내가 하는 게 빠른데” 싶어 다 끌어안았다. 그런데 그게 결국 나도 번아웃 오고 팀도 안 크는 지름길이더라. 어느 날 후배가 “저는 그냥 시키는 것만 하는 사람 같아요”라고 한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. 그 뒤로는 80점짜리로 일단 맡기고 100점까지 같이 끌어올리는 쪽으로 바꿨다. 처음엔 불안해서 자꾸 들여다봤는데, 길게 보니 훨씬 남는 장사였다. 사람을 믿고 기다리는 것도 분명한 능력이라는 걸, 나는 꽤 비싸게 배웠다.
내가 첫 90일에 했어야 했던 것
지금 누가 나에게 “팀장 되기 전에 딱 세 가지만 챙기라”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 같다. 첫째,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뭘 잘하고 뭘 답답해하는지부터 듣는 것. 일보다 사람이 먼저다. 둘째, 내가 다 알아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. 모르면 “그건 네가 더 잘 아니까 맡길게”가 오히려 신뢰를 준다. 셋째, 작은 성과라도 팀원 이름을 붙여 위에 알리는 것. 공을 넘길수록 팀은 더 열심히 뛰더라. 나는 이 세 가지를 1년쯤 헤맨 뒤에야 겨우 몸에 익혔다.
그래서, 지금부터 준비하자
혹시 팀장 자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면, 발령을 기다리지 말자. 거창한 리더십 교육이 아니어도 된다. 오늘부터 ‘내 일’이 아니라 ‘팀의 일’을 한 가지라도 챙겨보는 것, 후배의 성장을 내 성과처럼 기뻐해보는 것. 그 작은 연습이 쌓이면 막상 자리에 앉았을 때 흔들리는 폭이 확실히 줄어든다.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첫 1년을 통째로 헤맸다.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그 1년을 아꼈으면 좋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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